어릴 때는 엄마가 왜 그렇게 가격에 민감한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마트에 가면 항상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이것도 많이 올랐네."
"다 비싸져서 살 게 없다."
어릴 때의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 의아했다. 몇 백 원, 몇 천 원 차이가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싶었다. 먹고 싶은 걸 사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특히 엄마는 마트보다 시장이 더 싸다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솔직히 그 말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 시장은 집에서 더 멀었고, 카트도 없어서 장 보는 내내 불편하고, 직접 무거운 짐을 들고 와야 했다. 반면 마트는 훨씬 편했다. 주차도 쉽고, 카트도 있고, 일정 금액 이상 사면 배달도 해줬다.
그래서 나는 늘 궁금했다. 왜 굳이 더 힘들게 시장까지 가는 걸까. 조금 편하게 장을 보면 안 되는 걸까. 그리고 이제 직접 생활비를 관리하고 장을 보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직접 장을 보니 엄마 말이 이해됐다
혼자 살기 시작한 뒤에는 자연스럽게 장을 보는 일도 내 몫이 됐다. 처음에는 대부분 마트나 온라인 쇼핑을 이용했다. 편했고, 무거운 물건을 직접 들고 올 필요도 없었다. 가격도 대충 비슷하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집 근처에 있는 시장에 한 번 가보게 됐다. 큰 기대 없이 둘러보던 중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쪽파 한 단이 2천 원이었고, 참외는 10개에 5천 원이었다. 양파도 7개에 천 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순간 내가 가격을 잘못 본 건 아닌가 싶었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저렴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고민도 됐다. 혼자 사는 입장에서 너무 많은 양을 사면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버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참외 10개는 너무 양이 많았다. 양파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집까지 들고 가려면 꽤 무거울 것 같았다. 실제로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살까 말까 한참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쪽파와 참외, 양파를 모두 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조금 후회했다. 생각보다 무거웠기 때문이다.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걸어오는데 땀이 날 정도였다. 그런데 집에 와서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 가격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가격이었다. 비슷한 가격을 본다고 해도 양이 다르거나 배송비가 따로 붙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접 와서 사지 않으면 얻기 어려운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엄마가 왜 늘 시장 이야기를 했는지 조금 이해가 됐다.
최근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식료품과 외식 물가는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출처 : KOSIS 소비자물가지수 ) 실제로 장을 볼 때마다 예전보다 가격표를 더 자주 보게 되는 이유도 이런 물가 상승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채소류와 과일류는 계절이나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폭이 큰 편이다. 그래서 같은 품목이라도 구매 장소나 시기에 따라 체감 가격 차이가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존재하는 이유 역시 단순히 옛날 방식이라서가 아니라 가격 경쟁력이 있는 품목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천 원의 차이를 이해하게 됐다
예전에는 몇 천 원 차이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커피 한 잔 값 정도라고 생각했고, 할인 행사도 그냥 있으면 좋은 정도로만 여겼다. 그런데 생활비를 직접 관리하게 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몇 천 원은 작아 보여도 그런 차이가 반복되면 한 달 생활비에서는 꽤 큰 차이가 됐다. 특히 식비는 자주 지출되는 항목이라 더 그랬다. 한 번 장을 볼 때마다 몇 천 원씩 절약되면 한 달 뒤에는 생각보다 큰 금액이 되어 있었다. 엄마가 가격표를 꼼꼼하게 보던 이유도 이제는 이해된다. 단순히 돈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활비 전체를 관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는 그런 모습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오히려 현실적인 태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건 시장에 다녀온 뒤부터 나도 비슷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마트에 가면 가격을 보게 되고, 온라인 쇼핑을 할 때도 배송비까지 계산하게 된다. 예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던 부분들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엄마와 비슷한 시선으로 물건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자취를 시작한 뒤에는 식재료 하나를 사더라도 자연스럽게 계산하게 된다. 예전에는 필요한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면 끝이었는데, 이제는 같은 물건이라도 어디가 더 저렴한지 한 번 더 찾아보게 된다. 배송비가 붙는지, 묶음 상품이 더 이득인지도 확인한다. 심지어 할인 행사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사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아무리 싸게 팔아도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버리게 되면 그 돈은 그대로 낭비가 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엄마가 중요하게 여겼던 건 단순히 가격 자체가 아니었던 것 같다. 싸게 사는 것보다 필요한 만큼 사고, 산 물건을 끝까지 잘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예전에는 그 차이를 몰랐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물건을 사는 일보다 사 온 물건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생활비를 관리하는 데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자연스럽게 내가 어디에 얼마를 쓰고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으로도 이어졌다.
금융감독원과 소비자 교육 자료에서도 생활비 관리를 위한 기본 원칙 중 하나로 지출 기록을 권장한다. (출처 : 금융감독원 금융교육센터) 큰돈을 아끼는 것보다 자주 발생하는 지출을 관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비처럼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지출은 한 번의 차이는 작아 보여도 장기간 누적되면 적지 않은 금액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나 역시 생활비를 직접 관리하면서 몇 천 원의 차이를 예전보다 훨씬 크게 느끼게 됐다.
엄마는 절약한 게 아니라 현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엄마가 유독 아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남은 반찬을 끝까지 먹으려고 하고,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가격을 비교하고, 시장을 찾아다니는 모습이 그저 절약 습관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절약이라기보다 현실감에 가까웠던 것 같다. 생활비가 얼마나 드는지,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같은 물건을 어디서 사야 더 저렴한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동안 그런 현실을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특히 시장에서 장을 보고 돌아온 날 그 생각을 많이 했다. 힘들게 사 온 재료들을 보면서 이번에는 꼭 다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예전 같았으면 일부는 냉장고에 남겨뒀다가 버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가격을 비교하고, 직접 들고 오고, 직접 땀 흘려서 가져온 물건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더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요즘은 그때 사 온 참외도 열심히 먹고 있고, 쪽파로 만능 양념장도 만드는 등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양파 역시 버리지 않고 끝까지 먹어보려고 한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말들을 하나둘 이해하기 시작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에는 단순히 가장 저렴한 곳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필요한 만큼 구매하는 소비 방식도 중요하게 이야기된다. 할인 폭이 크더라도 결국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게 되면 절약이 아니라 낭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혼자 생활하면서 느낀 것도 비슷했다. 싸게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을 구매하고 끝까지 활용하는 일이었다. 최근에는 식품 폐기물 문제와 관련해서도 필요한 만큼 구매하는 소비 습관의 중요성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결국 좋은 소비는 가장 싸게 사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잘 사용하는 것에 더 가까운 것 같다.
※ 본 글은 작성자의 실제 경험과 개인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작성된 콘텐츠입니다. 소비 습관과 생활 방식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며, 본 글은 특정 소비 방식을 권장하거나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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