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돈을 아끼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사고 싶은 게 있어도 참고, 갖고 싶은 게 있어도 안 사고, 할인 행사를 해도 그냥 지나치는 모습을 보며 인내심에 감탄했다. 나는 뭔가 사고 싶은 게 생기면 그 이유를 찾았고, 할인 행사를 보면 지금 사야 하는 이유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돈이 부족해서 못 사는 경우는 있었지만, 돈이 있다고 가정하면 대부분은 사는 쪽에 가까웠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 달라졌다. 지금도 돈을 쓰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하고,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도 좋아한다. 다만 예전처럼 무언가를 꼭 사야겠다는 마음이 많이 줄었다. 처음에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꼭 그것만은 아니었다. 돈이 없어서 못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안 쓰게 된 것에 가까웠다.
예전에는 돈이 생기면 쓸 곳부터 찾았다
돌이켜보면 예전의 나는 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소비 계획을 세웠다. 월급이 들어오거나 예상치 못한 수입이 생기면 뭘 살지부터 생각했다. 평소에 눈여겨보던 물건을 장바구니에서 꺼내기도 했고, 예전부터 바꾸고 싶었던 물건을 떠올리기도 하고, 할인 중인 상품을 찾아보기도 했다. 돈을 모으는 것보다 쓰는 계획이 먼저 떠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는 소비가 일종의 보상처럼 느껴졌다. 열심히 일했으니까 맛있는 걸 먹어도 되고, 사고 싶었던 물건을 사도 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소비를 하면 기분도 좋아졌다. 택배가 오는 걸 기다리는 재미도 있었고, 새 물건을 사용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렇게 사고 싶어서 샀던 물건들 중 상당수가 시간이 지나면 별 감흥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꼭 필요할 것 같았는데 막상 사용 빈도가 높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할인할 때 사둔 물건은 창고나 서랍에 들어가 있었고, 언젠가 쓸 것 같아서 산 물건은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기도 했다.
특히 온라인 쇼핑을 하다 보면 할인 쿠폰, 무료배송, 한정 특가 같은 문구에 자주 흔들렸다. 물건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혜택을 놓치기 싫어서 구매한 적도 적지 않았다. 당시에는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결국 소비 자체보다 소비하는 과정에서 얻는 만족감이 더 컸던 것 같다.
사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절약 정신이 투철해진 것은 아니다. 지금도 사고 싶은 물건은 많다. 온라인 쇼핑몰을 보다 보면 갖고 싶은 게 생기기도 하고, 광고나 공동구매를 진행한다며 제품을 소개하는 쇼츠를 보면 관심이 가는 제품도 생긴다. 예전과 다른 점은 그 마음이 생겼을 때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은 물건을 보더라도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두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바로 결제했을 상황에서도 며칠 정도 두고 본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사고 싶은 마음이 많이 사라진다. 정말 필요한 물건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생각나지만, 충동적으로 갖고 싶었던 물건은 관심 자체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장바구니를 정리하다가 왜 담았는지 기억도 안 나는 물건들을 발견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원했던 건 물건이 아니라 순간적인 감정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전환이 필요했거나,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거나, 그냥 새로운 무언가를 사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예전에는 그 감정을 소비로 해결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사고 싶은 마음이 생겨도 꼭 구매까지 이어져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사고 싶은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도 있고,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물건을 사지 않았다고 해서 아쉽다는 생각이 예전보다 훨씬 적다. 갖고 싶은 것과 필요한 것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돈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기준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돈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진 점이었다. 예전에는 돈이 있으면 소비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돈을 모으고 투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같은 돈이라도 지금 써버리는 것과 남겨두는 것의 차이를 더 자주 생각하게 된 것이다. 물론 무조건 아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다만 예전처럼 사고 싶은 마음만으로 지갑을 열지는 않게 됐다.
얼마 전 스타벅스 카드 환불을 받았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금액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그 돈을 다시 투자 계좌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정확히 계산해 본 건 아니지만, 어플과 매장에서 환불 받은 금액을 합히면 내가 지금 매일 1주씩 모으고 있는 주식 중에 2개 정도는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전 같았으면 맛있는 걸 사 먹거나 다른 소비에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돈을 당장 쓰는 것보다 다른 곳에 활용하는 게 내 마음을 더 편하게 한다.
신기한 건 이런 변화가 억지로 참아서 생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전에는 절약을 하면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생각에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굳이 필요 없는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소비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손해 본 기분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정말 필요한 순간에 돈을 쓸 수 있다는 안정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돈이 생기면 어디에 쓸지 고민했다면, 지금은 꼭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때 쓸 수 있도록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예전에는 돈이 없어서 소비를 못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돈이 있어도 안 쓰는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들이 생겼고, 그 과정에서 내 소비 기준도 조금씩 달라졌다. 물론 지금도 갖고 싶은 물건은 많고, 가끔은 충동구매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소비 자체가 목적이 되지는 않는다. 사고 싶은 마음이 생겨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꼭 필요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어쩌면 돈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통장 잔고가 아니라 소비를 바라보는 시선인지도 모르겠다. 돈이 없어서 못 쓰는 것이 아니라, 안 써도 괜찮아졌다는 것. 그 차이가 생각보다 꽤 큰 변화라는 걸 요즘 느끼고 있다.
※ 본 글은 작성자의 실제 경험과 개인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작성된 콘텐츠입니다. 소비 습관과 가치관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며, 본 글은 특정 소비 방식이나 투자 방법을 권장하기 위한 목적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