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다시 시작하면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는 "손절을 잘해야 한다." 는 거였다. 하지만 난 몇 년 전에 주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 산 종목들이 아직도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다. 오늘 기준으로 손익률이 -62%, -85%. 숫자만 보면 웃긴데 사실 현실을 생각하면 웃으면 안 되는 일이긴 하다. 내가 그만큼 손절을 못치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니까.
몇 년 전에 사놓고 아직도 못 판 주식들
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는 내가 직접 종목을 고르지 않고 주변 사람의 추천으로 샀다. 그 사람이 괜찮다고 했고, 나는 잘 모르니까 그냥 믿고 들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첫 번째 실수였는데 그때는 몰랐다. 오히려 주식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추천해줬으니까 괜찮겠지 싶었다. 그 사람이 처음 추천해준 주식이 올라서 익절한 상황이라 더 믿었던 것 같다.
그런데 종목 2개가 들어가고 나서 거의 바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조금 기다리면 되겠지 싶었다. 그러다 중간에 주식을 아예 안 하는 기간이 생겼다. 그냥 덮어두고 잊어버려서 계좌를 열어볼 생각도 안 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고 최근에 다시 주식을 시작하면서 오래된 계좌를 열어봤더니 그게 아직 거기 있었다.
손절을 안 한 이유를 대라면 솔직히 여러 가지가 있다. 손절을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하는 건지도 잘 몰랐고, 언젠가 다시 오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고, 가장 결정적으로는 수량이 적어서 금액 자체가 작았다. 크게 부담되는 금액이 아니니까 그냥 뒀다. 손익률 -62%, -85%라는 숫자가 보기엔 충격적인데 이상하게도 그게 크게 와닿지 않았던 건 금액이 작았기 때문이다. 수량이 적으니까 손실 금액 자체가 크지 않고 그러다 보니 굳이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잘 안 들었다. 손실이 커서 못 파는 경우도 있지만 작아서 그냥 방치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걸 이때 알았다.
그걸 아직도 갖고 있어?
최근에 그 사람한테 이 종목들 아직 갖고 있다고 했더니 반응이 아주 황당했다. 그걸 아직도 갖고 있냐고, 다음 날인가 바로 팔았어야지, 이 말을 하는거다. 난 그냥 같이 웃고 넘어가려고 한 얘기였는데 갑자기 짜증이 확 올라왔다. 나한테는 사라고 추천해놓고, 본인은 다음 날 팔았다는 거잖아. 팔 때 나한테 말이라도 해줬으면 같이 팔았을 텐데. 그냥 말도 없이 팔았다는 사실이 좀 어이가 없었다.
사실 그 사람만 탓할 수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어차피 내가 산 거고, 내가 결정한 거니까. 남 말 듣고 샀다고 해도 최종 결정은 내가 하는 거다. 그걸 알면서도 그 순간엔 좀 황당했다.
근데 진짜 문제는 그 사람이 나쁜 의도로 추천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그때는 괜찮다고 생각해서 말해줬는데 상황이 바뀌니까 자기도 팔았을 수 있다. 나한테 알려줘야 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을 수도 있고. 결국 내 계좌는 내가 챙겨야 한다는 거다. 아무리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도. 추천을 해준 사람이 끝까지 책임져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본인 계좌도 본인이 챙기기 바쁘니까. 그게 서운하다기보다 그냥 원래 그런 거라는 걸 그때 배운 것 같다.
그 이후로 다른 사람 추천을 그대로 따라 사는 건 안 하게 됐다. 누가 좋다고 해도 일단 내가 직접 찾아보고 이유를 내가 납득해야 산다. 사야 할 이유를 내가 모르면 팔아야 할 때도 판단을 못 한다는 걸, 그때 몸으로 배웠다.
다시 시작해도 손절은 여전히 어렵다
최근에 다시 주식을 시작하면서 손절 기준을 미리 세워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이 가격까지 내려가면 무조건 판다, 미리 정해두고 그걸 지켜라. 당연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머리로는 다 이해를 했다. 하지만 그게 실제로 가능하냐? 그건 또 아니다. 예를 들어, 산 지 며칠도 안 된 종목이 손절 기준까지 내려왔다고 했을 때, 그걸 바로 팔기란 쉽지 않다. 오늘은 코스피 전체가 떨어졌으니까 그런 거고, 반도체 업황이 오늘 안 좋았던 거고, 어떤 외부 이슈 때문에 일시적인 거고. 안 팔 이유를 찾으면 진짜 끝도 없이 나온다. 손절 기준을 세워놨어도 막상 그 기준까지 떨어지면 다른 이유를 다 갖다 붙여서라도 안 팔게 된다. 이게 손절이 어려운 이유인 것 같다.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그 순간 심리의 문제다.
단타도 기준이 1년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주식은 짧게 보면 변동이 심하다는 얘기일 텐데 그 말이 오히려 버티는 핑계가 되기도 한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는 거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기다리는 게 맞을 때도 있어서 더 판단이 어렵다.
결국 손절이 어려운 건 틀릴 수 있다는 게 두렵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 팔았는데 그 다음 날 오르면 내가 바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그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니까 못 파는 거다. 근데 반대로 안 팔고 버텼다가 더 떨어지면 그것도 내가 결정한 거다. 어느 쪽이든 내 결정이고 내 책임이라는 게 손절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지금도 기다리고 있는 종목이 있다
사실 지금도 손절을 못 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필옵틱스라는 종목인데 들어간 타이밍이 고점이었던 것 같다. 매수하고 다음 날부터 바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팔지 않고 기다렸더니 오늘은 다시 조금 올라서 손실이 8%로 줄긴 줄었다. 그러니까 손절 치지 않고 더 기다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찾아본 정보로는 여기는 유리기판 관련 업체고, 이 회사만 가진 기술이 있어서 앞으로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말들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이 종목을 산 이유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에 조금 더 버텨보자고 생각한 것도 있었다. 근데 솔직히 이게 진짜 분석인지 아니면 팔기 싫어서 보고 싶은 것만 찾아보는 건지 구분이 잘 안 되긴 하지만 아마 둘 다일 것 같다.
이래놓고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때 팔았어야 했는데가 될 수도 있고, 기다리길 잘했다가 될 수도 있다. 아직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손절은 몇 년 전에도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고, 앞으로도 쉬워질 것 같지 않다는 거다. 원칙을 세워둬야 한다는 건 맞는 말이다. 근데 그게 실제로 지켜지는 건 별개의 문제다. 원칙을 세우는 사람과 지키는 사람은 다르고, 나는 아직 지키는 쪽에 완전히 가 있지 못하다. 그걸 알면서도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나중에 이 글을 다시 읽을 때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긴 하다.
※ 이 글은 개인적인 투자 경험담입니다. 특정 종목 추천이나 투자 권유가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