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내가 하는 일, 과연 10년 뒤에도 있을까?" 저도 비슷한 불안을 안고 지내다가 경제학자와 AI 연구자의 대담을 접하고 나서 그 불안이 막연한 걱정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에이전트 AI의 등장으로 화이트칼라 직종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 그리고 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자본소득 전략을 정리했습니다.

문명전환: 기술 혁신이 아닌 구조 붕괴가 시작됐다
법률 소프트웨어 기업의 주가가 하루 만에 30% 폭락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보안 소프트웨어 업계도 며칠 사이에 10~20%씩 무너졌습니다. AI가 법률 지식 플러그인을 탑재하자 벌어진 일입니다.
에이전트 AI(Agentic AI)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실제 업무를 처리하는 AI를 말합니다. 여행사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해서 항공권을 예약하고, 법률 문서를 검토하고, 코드를 짜는 것까지 스스로 수행합니다. 기존 생성형 AI가 '정보 제공'에 머물렀다면 에이전트 AI는 '실행'까지 담당하는 셈입니다.
이게 왜 구조적 붕괴냐면 부동산 중개인, 여행사, 법률 보조, 소프트웨어 영업직처럼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정보 비대칭을 활용해 존재하던 직군들이 한꺼번에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엔트로픽(Anthropic)은 화이트칼라 업무 직종의 50%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출처: Anthropic).
개발자가 가장 먼저 대체된다는 사실도 정말 놀란 부분이었는데요. 클로드 코드(Claude Code)가 30시간 연속 코딩을 해낸다는 이야기는 과장이 아닙니다. 3년 전 챗GPT가 나왔을 때 "AI 시대에는 개발자가 더 필요해진다"고 했던 예측이 정반대로 뒤집혔습니다. 예측이 틀렸다는 것 자체가 지금 상황이 얼마나 빠르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오스트리아 개발자 한 명이 취미 프로젝트로 만든 오픈 소스 에이전트 AI가 공개된 뒤 중국 바이두는 며칠 만에 이를 이커머스에 접목했습니다. 이 개발자는 곧바로 오픈AI에 영입됐습니다. 에이전트 AI의 완성 시점이 당초 2030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겨졌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자본소득: 노동과 소득이 분리되는 시대의 생존 전략
고용 소득만으로 살아가는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면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경로는 두 가지입니다. 노동 소득을 지키려 버티거나, 자본소득(Capital Income)의 비중을 높이거나. 자본소득이란 노동 없이 보유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 즉 주식 배당, 이자, 임대수익 등을 의미합니다.
제가 직접 느낀 건 이 두 소득의 질적 차이입니다. 월급 100만 원은 다음 달에도 들어올 거라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주식으로 번 100만 원은 다음 달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이 항상성(Permanence)의 차이가 소비 패턴을 완전히 갈라놓습니다. 항상성이란 소득이 지속적으로 유입된다는 예측 가능성을 뜻하며 소비와 경제 순환의 핵심 조건입니다. 투자 소득이 아무리 커도 항상성이 없으면 사람들은 쓰지 않고 쌓아두게 됩니다.
그렇다면 자본소득을 어떻게 항상성 있게 만들 수 있을까. 제 경험상 이건 특정 종목을 잘 고르는 안목의 문제가 아닙니다. 포트폴리오(Portfolio) 전체의 변동성을 줄이는 설계의 문제입니다. 포트폴리오란 여러 자산을 조합해 위험과 수익을 관리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ETF(상장지수펀드)는 이 문제를 풀어주는 도구입니다. ETF 하나에 이미 수십 종목이 담겨 있어 분산 효과가 있고 여러 ETF를 조합하면 초분산이 가능합니다. 특히 10대와 20대라면 소액으로 다양한 ETF를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3~40대가 됐을 때 실제 운용할 수 있는 감각은 그 이전에 쌓아둔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2026년에 주목해야 할 이벤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중 정상회담 (4월): 관세 전쟁 완화 여부가 포트폴리오 전체에 영향
- 연준 의장 교체 (5월): 금리 인하 기대와 현실 간 괴리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음
- 미국 중간선거 (11월):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 즉 서민 구매력 문제가 핵심 변수로 작용
이 세 이벤트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편안한 시기가 별로 없을 한 해라는 뜻이고, 그럴수록 넓게 분산해 두는 것이 방어력이 됩니다(출처: 한국은행 경제 전망).
분산투자: HBF 반도체와 구경제 접목 기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AI 관련주라고 해서 무조건 엔비디아나 빅테크만 보는 시각은 좁습니다. 제가 공부하면서 가장 흥미롭다고 느낀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인데 학습용 인프라와 추론용 인프라는 완전히 다른 시장입니다.
지금까지 AI 학습에 쓰인 GPU(그래픽처리장치)는 막대한 계산을 병렬로 처리하는 데 최적화된 반도체입니다. 그러나 에이전트 AI가 24시간 쉬지 않고 수백만 토큰을 처리하는 추론 단계에서는 GPU보다 NPU(신경망처리장치)나 LPU(언어처리장치)가 훨씬 효율적입니다. NPU란 AI 추론에 특화된 저전력 고속 반도체로, GPU보다 전력 소모가 적고 응답 속도가 빠릅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변수가 메모리입니다. 학습 단계에서 쓰이던 HBM(고대역폭메모리)과 달리 추론 단계에서는 밀리초 단위의 응답 속도를 위해 저장 기능을 내장한 HBF(고대역폭플래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HBF란 기존 HBM의 처리 속도는 유지하면서 데이터를 내부에 저장할 수 있어 반복 계산을 줄여주는 차세대 메모리를 의미합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샌디스크, 미쓰비시가 경쟁적으로 개발 중인 이 분야의 첫 샘플이 2025년 6월 전후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구경제와 AI의 접목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차 주가가 오른 건 자동차 때문이 아니라 피지컬 AI와의 접목 때문이었습니다. 월마트 주가가 오른 것도 AI 기반 쇼핑 추천이 실제 매출에 영향을 줬기 때문입니다. 신경제와 구경제의 조합에서 멀티플 익스펜션(Multiple Expansion), 즉 기업의 미래 가치 평가 배수가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버블 가능성도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닷컴 버블 때처럼 80%는 사라지더라도 살아남은 20%는 독점적 지위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어느 회사가 살아남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들은 어느 회사가 이기든 수요가 유지됩니다. 이것이 인프라 투자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보는 논리입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건 완벽한 종목 선정이 아닙니다. 노동 소득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자본소득의 항상성을 높이는 속도가 빠르도록 지금부터 구조를 설계해 두는 것입니다. 저도 아직 완성된 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직접 ETF를 사고, 에이전트 AI를 써보고 HBF 관련 뉴스를 팔로우하면서 조금씩 감각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신대륙을 구경만 하는 사람과 직접 배를 타는 사람의 결과는 결국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